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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 칼럼] 나도 야구선수! 모방 소비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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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시야구소프트볼협회 조회 208회 작성일 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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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5월이다. 프로야구 개막도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이즈음 바빠지는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땀을 흘리는 사회인 야구 선수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인 야구는 동호인들의 취미활동이다. 2018년 기준 전국의 사회인 야구팀은 7140개, 사회인 야구인은 19만9400명이다. 제약 없이 취미로 즐기니 그들의 야구 실력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실력에 따라 1~4부로 리그를 나눈다.

사회인 야구를 하려면 사회인 야구도 엄연히 야구이니만큼 기본 규모를 갖춘 야구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천·경기·서울 수도권에는 야구장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리그 운영자는 일단 야구장을 임차한다. 이후 야구장에 사무국을 열고 10개 정도의 리그를 운영한다. 각 리그에 참가하고 싶은 팀들은 연간 회비 250만~300만 원 정도를 납부하고 리그에 가입한다.

사회인 야구는 일종의 모방 행위이다. 모방은 인간 본연의 심리적 본능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모방을 행동 전수의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했다. 또한 따르고 싶은 사람에 대한 추상화의 관찰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모방을 '미메시스(mimesis, 학습)'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미메시스는 본능, 발달, 조건 형성, 도구적 행동 등의 의미를 담는다. 이는 자신이 한 집단의 일부라고 느끼는 동질성으로 확산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집단 동일시의 영향(The Impact of Group Identification)'이라고 한다. 모방의 원인이 집단 동질성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모방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소비라는 경제적 기제로 연결된다. 자유경제 체제에서 건강한 소비는 미덕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사회 전반에 침투할수록 과잉 소비는 사람들을 현혹한다.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광고가 그 첨병 역할이다.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광고에 현혹하여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여는 경우를 충동구매라고 한다. 그리고 그 옆 어딘가에 모방 소비가 자리한다.

흔히 야구를 장비의 스포츠라고 한다. 유니폼, 글러브, 배트, 공, 장갑, 신발, 헬멧, 보호대 운동에 필요한 용품이 그만큼 많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야구용품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의 로망이다. 비록 취미로 즐기는 야구이지만 장비만큼은 프로선수들의 용품을 쓰고 싶다. 동일한 장비를 통해 프로선수와 나를 일체화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사회인 야구에서는 모방 소비가 흔히 발생한다. 모방 소비에 악대차 효과가 더해지면 야구용품 산업은 큰 시장을 이룬다.

사회인 야구는 약 20만 명이 즐긴다. 그 시장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야구용품 회사들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자사의 용품 등을 후원한다.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 PPL)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이다.

야구용품뿐 아니라 인기 연예인들의 의상, 유명 음악가의 악기 등도 모두 모방 소비의 대상이다. 모방 소비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과소비가 아니라면 개인 효용을 증대하는 경제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KBO 총재 특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