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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 칼럼_야구와 경제] 홈런 볼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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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시야구소프트볼협회 조회 161회 작성일 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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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삼성라이온즈 경기의 외야석에는 잠자리채가 자주 등장했다. 이승엽의 홈런 볼을 잡기 위해서였다. 야구사(史)에 남을만한 이승엽의 홈런 볼은 총 6개였다. 이 중 3개가 2003년에 나왔다.

2003년 6월22일, 이승엽은 세계 최연소 300홈런을 기록했다. 이때 나이가 26세 10개월 4일이었다. 이전 기록 보유자인 오 사다하루(왕정치)의 기록은 27세 3개월 11일이었다. MLB에서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27세 8개월 6일이 최연소 기록이었다. 세계 기록을 경신한 이승엽의 홈런은 의미가 컸다. 자연스럽게 홈런 볼의 가치가 상승했다. 이 공은 독지가가 1억2000만 원에 구매하여 삼성에 기증했다.

2003년 9월25일, 이승엽은 광주 기아전에서 시즌 55호 홈런을 날렸다. 아시아 타이기록이었다. 홈런 볼은 광주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 모 씨에게 돌아갔다. 삼성 구단은 55호 홈런 볼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즌이 끝난 12월23일, 현대 홈쇼핑에 55호 홈런 볼이 경매에 나왔다. 홈런 볼은 방송 중에 1억2500만 원에 낙찰했다. 하지만 낙찰자는 곧 구매 의사를 철회했다. 이 공은 10년 후 비공식 위탁 경매에 나왔다. 시작 가격은 1억 원이었다. 주최 측은 낙찰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공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

2003년 10월2일, 이승엽은 시즌 56번째 홈런을 쳐냈다. 1964년 이후 39년 만의 신기록 수립이었다. 56호 홈런 볼은 삼성라이온즈 이벤트 업체 직원들이 주웠다. 그들은 바로 홈런 볼 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 공은 현재 '경산 볼파크' 역사관에 있다. 구단은 기증자 2명에게 순금 56냥(당시 시가 3000만 원 상당)짜리 야구공을 각각 선물했다.

KBO리그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큰 MLB에서는 홈런 볼의 가치도 다르다. MLB에서 가장 비싼 홈런 볼은 300만5000 달러(약 33억5000만원)였다. 1998년 마크 맥과이어(Mark McGwire)의 홈런 볼이다. 역대 최초 개인 통산 70호 홈런이라는 의미가 있는 공이다. 뒤를 이어 배리 본즈(Barry Bonds)의 홈런 볼이 2~4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7년 배리 본즈의 개인 최다 홈런(756호) 볼은 경매에서 75만2467달러(약 8억3000만 원)에 팔렸다.

야구사에 의미 있는 홈런 볼은 그 가치가 크다. 손에 넣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 외야석 전체를 독점 구매하면 어떨까? 홈런 볼의 가격이 외야석 전체 구매 비용보다 크다면 실행에 옮길 만하다. 실제로 2004년 배리 본즈의 700호 홈런 볼을 얻기 위해 한 팬이 다저스타디움의 우측 외야석 전체(3200석)를 예매했다. 구매 금액은 2만5000달러(약 2700만 원)였다. 이를 알게 된 LA다저스는 발끈하여 경기 당일 좌석이 차지 않으면 무료 관중을 끌어들이겠다고 했다. 이 팬은 어쩔 수 없이 표를 재판매하거나 공짜로 나누어 줬다. 공짜로 나누어준 표에는 700호 홈런을 주우면 수익금을 절반씩 나눈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날 700호 홈런은 나오지 않았다. 그의 적극적인 투자는 실패했다.

의미 있는 홈런 볼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잡기만 하면 큰 행운이 따른다. 그러나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일반적인 야구 경기에서 파울볼 하나 잡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의 확률이다.
 

출처 : [야구와 경제] 홈런 볼의 가치 - 인천일보 (incheonilbo.com)